신년맞이 민화그리기

단원 김홍도의'송하맹호도'와 민화로 표현된 호랑이그림

민화의 정의

민화란 백성들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다.

민화는 주로 그림에 소질은 있지만 전문적인 그림 공부를 하지 못한 평민이나 천민들이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관청인 도화서의 화원들이 그린 그림이나 양반들이 그린 문인화와 비교하면 예술성이 떨어지지만 서민들의 생활과 문화를 잘 보여 준다.

 따라서 선사 시대의 바위그림이나 고구려 고분 벽화, 도자기에 그린 그림 등도 크게 보면 민화에 속한다. 하지만 보통 민화라고 하면 조선 후기에 일반 백성들이 그린 그림을 가리킨다.

민화는 비슷한 대상물을 일정한 형식으로 그린 것이 많다. 예를 들어 ‘까치 호랑이’는 민화에 자주 나오는 동물 그림인데, 대부분의 민화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문인화와는 달리 그림의 구성이 파격적이고, 대상물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거나 특징을 과장하여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화려한 색깔을 사용하고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점도 민화가 가진 특징이다.

한때 민화는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요즘에는 민화의 내용에 담긴 의미와 제작 기법 등이 미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민화의 소재는 여러 가지이다. 동식물은 물론이고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 생활 도구, 설화의 한 장면, 종교나 학문의 내용, 민간 신앙 등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접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민화의 소재는 사람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해와 구름,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영지(버섯), 거북, 사슴, 학 등 십장생을 그린 장생도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회갑 잔치에는 장생도 병풍이 자주 쓰였다.

까치와호랑이

우리 전통 민화 중에 가장 많이 그려지고 유통된 호랑이 그림이 바로 ‘까치호랑이’ 그림이다. 흔히 민화하면 ‘까치호랑이’ 그림을 떠올릴 정도로 민화의 대표적 그림으로 인식되어 있다.

호랑이가 멸종하여 자생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한국의 이미지를 대표하게 된 것은 순전히 ‘까치호랑이’ 그림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전시나 책자 따위에는 빠짐없이 한복과 김치와 민화가 등장한다. 여러 민화 중에서도 독특한 형상과 다양한 모습을 자랑하는 ‘까치호랑이’ 그림은 항상 앞자리를 차지한다.

 

민화의 가장 큰 장점은 민족공동체에 바탕을 둔 그림이란 것인데, 신분이나 빈부, 사상의 격차를 넘어 우리 민족 전체가 공감하고 좋아하며 대량으로 소통시킨 그림이 바로 ‘까치호랑이’ 그림이다.

 

‘까치호랑이’ 그림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에는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신분이나 계급의 차별과 관계없이 궁궐에서부터 사대부, 여염집의 대문이나 집안을 장식했으며 궁궐 소속의 도화서 화원부터 이름난 표구사에 소속된 화가, 시골장터의 떠돌이 화공에 이르기까지 그림으로 밥을 먹고 사는 거의 모든 화가들은 ‘까치호랑이’ 그림을 그렸다.

 

‘까치호랑이’ 그림은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액막이와 경사’의 내용을 가진 ‘세화(歲畵)’이다. ‘세화’를 순우리말로 하면 ‘새해맞이 그림’인데, 정초에 액운을 막고 좋은 일만 생기라는 의미를 담아 집안에 한시적으로 붙여놓는 그림이다. 덕담과 그림이 합쳐진 일종의 연하장과 같은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민족은 새해가 되면 대문이나 집안 곳곳에 ‘세화’를 붙여 액막이와 함께 좋은 한 해를 기원했다. 초창기 궁궐이나 사대부 집안에 붙였던 ‘세화’는 조선말기 신분제도의 약화와 더불어 전문성을 가진 중인과 돈 많은 상공인, 일반백성의 집안까지 확대되었다.

 

'까치호랑이’ 그림은 결코 쉽거나 만만한 그림이 아니다. 까치나 호랑이를 그리는 일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소나무나 괴석, 불로초 따위의 요소를 표현하기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채색을 하려면 안료가 들어가기에 제작 단가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수많은 종류의 세화 중에서 ‘까치호랑이’ 그림은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